2023-11-19 우리들의 이야기 YKC4U

“매형! 혹시 저녁에 시간이 되세요?”

지난 월요일, 갑자기 처남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플레이오프 표가 두 장 생겼는데 같이 갈 수 있겠냐는 이야기였습니다. 야구를 보는 것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기에 잠시 고민을 하고 쉽게 갈 수는 없다는 의사를 비췄습니다. 그러자 옆에서 듣던 아내가 “당신 지금 이 경기가 어떤 경기인지 알고 있어요? LG트윈스가 29년 만에 우승을 하냐 마냐 하는 그런 경기인데 무슨 고민을 해요. 다른 사람들은 표가 없어서 못 가는데... 당장 간다고 해야죠.” 그러며 다녀오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보기 드물고, 표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하더라도 그렇지 그 팀 단 한 선수도 모르는 제가 야구장에 가서 무슨 응원을 하고 무엇을 즐길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런데도 떠밀려 결국 야구장으로 향했습니다.

입구에서 만난 처남은 밝고 확신에 찬 얼굴로 서 있었고, 잠실 경기장엔 단 한 자리도 빈자리가 없었습니다. 그곳은 엄청난 응원과 함성이 가득한 잔칫집 분위기였습니다. 마치 오늘이 우승하는 날임을 확신하는 사람들로만 가득했습니다. 처남은 LG에서 근무를 하기에 이 경기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회사가 얼마나 많은 것을 투자했는지, 예매가 오픈되고 단 2초도 안 되어 전석매진 된 이야기 등으로 승리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습니다. 그날 결국, LG트윈스는 우승을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그 역사적인 순간에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에 아직도 가슴이 벅찹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만을 나누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이 긴 이야기를 적고 싶었던 것은 다른 것 때문입니다. 경기 3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며 승리에 대한 확신으로 열정을 표출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누가 이 시대의 사람들이 ‘게으른 개인주의자’라 하였습니까. 누가 노래를 부르지 않고 깃발을 흔들지 않는 세대라 했습니까. 그런 말이 무색할 만큼 그날의 함성과 하나 된 응원은 제 시선과 마음을 완전히 압도했습니다. 정말 뜨겁게, 그리고 다 함께 하나의 몸이 움직이듯 모습을 보며 그들 속에는 승리에 대한 갈망이 가득 채워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버드대학교 24대 총장이었던 나단 푸시(Nathan Pusey, 1907-2001)는 “이 시대의 젊은이는 불러야 할 노래, 흔들어야 할 깃발, 따를 만한 지도자, 평생 함께 할 친구, 그리고 목숨을 바쳐 지켜야 할 신조가 있어야 한다.” 고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스포츠에서 찾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다양한 것에서 찾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참으로 기쁘고 감사합니다. 우리에겐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채우고 채워도 채워지지 않은 물동이를 가지고 살았던 사마리아 여인에게 찾아오신 예수 그리스도! 그분을 만나면 그분으로 채워져 영원히 목마르지 않습니다. 이 세상은 29년 만에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소망 하나만으로도 수 만 명이 하나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는데, 하물며 이미 이루시고 약속하신 대로 성취하시는 하나님의 때를 온 마음과 온 몸으로 찬양하고 기뻐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 가운데 우리는 얼마나 부끄러운 자이겠습니까.

잠실 경기장의 응원보다 더 크고 힘차게 찬양할 수 있는 우리,

장영환 목사 드림(solalogo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