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06 목회자칼럼

며칠 전, 91세가 되신 집사님 댁을 방문했습니다. 다리가 불편하여 교회에 나오지 못하시는 아내인 권사님과 함께 계셨는데, 집사님이 곧 중요한 시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셔야 해서 두 분을 뵙고 기도해 드리고 싶어 방문한 것입니다.

집사님이 보훈병원에 입원하신다고 해서 그 이유를 여쭤보니, 한국전쟁 당시 군인으로 복역했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그 시절을 회상하며 가슴에 묻어둔 전쟁 당시의 일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집사님은 부대 배치를 받고 운전병으로 보직을 신청했는데, 당시 배정되기 힘든 보직이라 거의 조르다시피 한 것이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운전병으로 배정되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훈련을 받게 되었고 그것이 전쟁 중에 살아남은 이유가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당시 함께 있었던 부대원들은 치열한 전투 속에 거의 다 전사했으며, 백 수십 명의 병사 가운데 살아 돌아온 사람은 단 몇 명뿐이었습니다. 집사님은 눈물을 흘리시며 우시기 시작했습니다. 전쟁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는지, 그 경험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잊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는지가 전해져 왔습니다. 전쟁과 이산가족에 관한 말씀을 하실 때면 반드시 우시곤 했던 생전의 아버지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저를 비롯한 함께 한 모든 사람들의 목이 메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처럼 전쟁의 고통과 아픔은 우리에게 먼 일이 아닙니다.

전 세계는 지금 극악무도하고 잔인한 전쟁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여러 도시가 파괴되고, 무고한 시민들이 날마다 죽어가는 현장을 봅니다. 민족적, 지역적, 역사적 갈등, 또한 어떤 배경이나 이유로도 군사적인 침략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무기와 힘을 앞세워 무고한 형제, 자매들을 죽이고 한 나라의 국민을 피난민으로 만드는 전쟁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어납니다.

그러나 마음의 슬픔과 분노를 누르며 이 전쟁 가운데 하나님께서 역사하실 것을 믿고 기도합니다. 이념과 종교, 국경을 초월해 모든 나라와 열방이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간구하며 기도하게 하셨습니다. 속히 우크라이나에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깃들기를 구하며 부르짖게 하셨습니다.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전쟁과 분쟁으로 인한 난민을 위해 많은 나라들이 국경과 마음을 열고 그들의 친구가 되기 위해 손을 내밀 것입니다. 무력을 앞세운 전쟁을 정치의 도구로 삼고 활용하지만, 이제 그 안에서도 반전 시위가 일어나고 내부의 분열이 발생할 것입니다. 정치적 이득을 위한 전쟁이 얼마나 어리석고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세계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전쟁 가운데 반드시 일하실 것을 믿습니다.

염광교회 “매일기도”하는 성도들이 모인 교회입니다. 우리의 입술이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기도와 지지를 멈추지 않기를, 또한 러시아에도 하나님의 새로운 역사가 이뤄지도록 간절하게 기도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